줄 2 |
줄 2 |
* 마리안의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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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 |
h2. 생산정보 |
마리아노플을 지배하는 세 가문인 우리 트리스테와 노르예트, 위어드윈드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
* 노동력 -25, 인쇄 +25, 생활점수 +25 |
서로 피튀기는 전쟁을 할 수는 없어서 세 가문에서는 자신들의 딸을 두 왕관의 왕비로 만드는 방법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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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 세 가문의 딸들은 그래서 모두 마리안이라는 이름을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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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마리안 트리스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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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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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생일의 아침이 밝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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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택에서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가 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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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귀족과 상인들이 선물을 가지고 찾아와 내 생일을 축하해준다. 모두가 내 생일을 축하해 주지만, 나는 전혀 기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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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이 되면 받게 될 두 왕관의 왕비가 되기 위한 시험이 이제 삼 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오히려 한숨만 흘러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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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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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이 몹시 화창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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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화창한 날에는 여름잎 강가에 나가서 산책하며 잠시 숨을 돌리고 싶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실베르타 부인의 예절수업을 빼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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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일 엄청나게 잔소리를 듣게 될 거 같다. 그래도 오늘 하루쯤은 나 자신을 위해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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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계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는 기계가 아닌 누이안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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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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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위신을 실추시킨다며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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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베르타 부인에게 잔소리를 듣는 것은 예상했지만, 예절수업을 하루 빼먹었다고 아버지가 이렇게 화를 낼 줄은 정말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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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꾸중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마르셀 오빠가 다가와 울고 있는 나를 달랬지만, 서러운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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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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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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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한 살 어린 남동생은 친구들과 함께 별장으로 여행을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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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사내라면 어릴 적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보는 추억을 가지는 것도 좋다며 동생의 여행을 허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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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내 목구멍에서 <나도 가고 싶어요!>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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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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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왕좌의 론반 공작 가문에서 릴리엇 구릉지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꿀을 보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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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침이 주르륵 고이는 달콤한 향기 때문에 실베르타 부인의 예절수업 시간 내내 꿀 먹는 생각을 하다가 딴짓을 한다고 혼이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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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에게 부탁해서 몰래 꿀단지를 방에 가져왔다. 달콤한 꿀 덕분에 힘든 하루가 즐겁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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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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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을 많이 먹은 탓에 살이 쪗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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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것은 게으름의 증거라며 살찐 사람을 경멸하는 아버지 덕분에 나는 크게 혼나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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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몰래 꿀을 가져다준 유모까지 크게 혼이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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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부터 나는 더 이상 꿀을 먹을 수 없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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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몰래 꿀을 먹는 게 삶의 유일한 낙이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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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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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즐겁지 못하다. 온종일 예절수업을 비롯한 교양수업에 시달리면서도 먹고 싶은 음식조차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는 처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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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고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요즘 계속 풀만 먹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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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마리아노플 밖의 빈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며, 반찬 투정하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밥을 먹으라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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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빈민이 아닌 트리스테 가문의 딸인 마리안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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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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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오빠가 노르예트 가문의 장남과 결투를 벌였다가 큰 부상을 당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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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마르셀 오빠가 다친 것보다 노르예트의 장남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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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붕대를 몸에 감은 채 풀이 죽어 있는 마르셀 오빠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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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마음속으로 외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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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힘내! 다음에 꼭 이기면 되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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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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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오빠의 패배 후, 아버지가 갑자기 내 방에 찾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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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내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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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가문을 빛낼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네가 열심히 노력해서 두 왕관의 왕비가 되야 네 마르셀이 실추시킨 우리 가문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단다. 그러니 우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노력해주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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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한 말투였지만, 내겐 너무나도 부담되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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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 어떻게 더 노력하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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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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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오빠의 결투 패배 후, 내 하루 수업 시간표가 더 빽빽하게 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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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는 그래도 아침 아홉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만 수업을 받으면 됐는데, 이제는 아침 여덟 시부터 저녁 열 시까지 수업을 받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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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예절,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듣다 보니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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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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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온 전속 하녀 줄리에게 온종일 왕비가되기 위한 수업을 듣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줄리는 내게 굶주려본 적이 있느냐며 반문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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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에 시달려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빈민의 삶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복에겨워 춤을 추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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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라 가슴이 확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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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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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에 한 번씩 하는 우유 목욕 시간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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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릿한 우유향이 속을 메스껍게 만드는 탓에 우유 목욕을 한 날엔 밤잠을 설치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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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괴로움을 호소하자 하녀 줄리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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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마리아노플 밖의 빈민가에 가보면, 아가씨의 피부를 위해 욕조를 가득 채운 이 우유 한컵에 몸을 팔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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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한 마음에 큰 소리로 외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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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지금 하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거야? 나도 우유를 이렇게 낭비하기 싫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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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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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힘들 때 위로는커녕 항상, 복에 겨운 투정을 부린다며 비아냥거리는 전속 하녀 줄리가 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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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괴롭히거나 싫은 소리 하는 게 싫어서 그냥 조용히 있었더니 너무 안하무인인 거 같다. 그래서 줄리는 괴롭히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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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가져다주는 음식 접시를 일부러 깨뜨린 후 다시 가져오라하고, 옷을 찢은 뒤 줄리가 찢었다고 속이기도 했다. 덕분에 줄리는 하녀 자리에서 쫓겨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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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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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곗바늘의 초침처럼 쉬지 않고 온종일 계속되는 수업때문에 생긴 짜증을 하녀들에게 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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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가 쫓겨난 후,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전속 하녀가 모두 쫓겨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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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해서 속이 터져버릴 것만 같을 때마다 항상 하녀들에게 심술을 부렸다.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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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러면 내가 못 견디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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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너무 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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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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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예트 가문의 장남에게 당했던 패배를 씻기 위해 마르셀 오빠는 밤낮으로 검술 수련에 매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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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년 만에 다시 노르예트 가문의 장남과 재결투를 가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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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오빠는… 이번 결투에서도 패배했다. 노르예트 가문의 장남이 찌른 검이 오빠의 폐를 관통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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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오빠는 일주일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누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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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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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오빠가 누이 여신의 곁으로 떠난 날, 아버지는 술에 만취한 모습으로 나를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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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셀이 우리 가문을 먹칠했다. 빌어먹을 노르예트 따위에게 죽다니! 그렇게 멍청한 녀석에게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이제 마리안 너밖에 업다. 마르셀이 깎아 먹은 가문의 위신을 네가 꼭 다시 살려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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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오빠의 죽음이 가져다준 슬픔이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변해버리는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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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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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리크라는 음유시인이 새로운 음악 선생님으로 찾아왔다. 그는 보기 드문 미남자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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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다리 선생들에게만 수업을 받다가 젊은 미남자에게 수업을 받으려니 절로 가슴이 떨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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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계속되는 수업에 지칠 대로 지친 몸이 페트리크의 음악 시간만 되면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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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웃는 얼굴로 음악을 가르치는 페트리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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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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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옷장의 옷을 스스로 고르는 재미에 빠졌다. 전엔 그냥 하녀들이 가져다주는 옷을 무조건 입었는데, 이젠 내가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는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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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를 예뻐 보이게 꾸며서 페트리크에게 잘 보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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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가슴이 큰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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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먹으면 가슴이 커진다는 말에 요즘엔 우유를 매일 서너 잔씩 마시고 있다. 이러면 좀 커지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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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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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셋을 이용해서 가슴을 돋보이게 한 후, 가슴이 푹 파인 드레스를 입고 페트리크의 수업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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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발적인 모습에도 페트리크는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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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발육이 덜 돼서 그런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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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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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페트리크가 나를 학생이 아닌 여자로 바라봐 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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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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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 대륙에서 무역하고 돌아온 노르예트 가문에서 이니스테르의 장미로 만든 향수를 팔고 있는데, 그 향기가 너무나도 매혹적이어서 이니스테르 장미 향수를 뿌린 여성이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뭇 남성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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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노르예트의 '노'자만 나와도 화를 내기 때문에, 몰래 하녀를 시켜서 이니스테르 장미 향수를 구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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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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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테르 장미 향수로 페트리크를 유혹하려고 했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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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던 아버지가 내 향수를 눈치챘다. 노르예트 가문이 들여온 이니스테르 장미 향수가 마리아노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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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노르예트의 성공에 분노했고, 그 분노는 장미 향수를 뿌린 내게로 튀어 날라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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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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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심부름을 했던 전속 하녀는 아버지의 매질을 견디지 못해 결국 내가 페트리크 선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니스테르 장미 향수를 사오게 심부름시켰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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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분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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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마리안 트리스테다! 두 왕관의 왕비가 될 몸이다. 그런데 음유시인 나부랭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문의 숙적인 노르예트의 향수를 뿌려? 네가 그러고도 트리스테 가문의 마리안이라고 할 수 있겠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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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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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당장 페트리크를 쫓아내겠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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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페트리크를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항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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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두왕관의 왕자를 사랑하지 않아요! 왕비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전 페트리크 선생님을 사랑해요. 만약 아버지가 페트리크 선생님을 쫓아내면, 전 집을 나가버리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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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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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페트리크 선생님을 쫓아내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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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내 앞에서 칼을 뽑아 페트리크의 목을 잘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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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잃어버린 페트리크의 몸이 힘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붉은 피를 쏟아내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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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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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리크가 누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간 다음 날 나는 정신을 차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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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침대 머리맡을 지키고 있던 아버지는 내가 눈을 뜨자 완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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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두 왕관의 왕비가 될 몸이다. 다른 어느 외간 남자에도 눈길을 줘선 안 된다. 만약 지금처럼 네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준다면, 그 남자는 너 때문에 페트리크처럼 목숨을 잃게 될 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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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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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번째 생일에 나는 복수를 다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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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두 왕관의 왕비로 간택된 후, 아버지가 원하던 것을 얻었다고 여길 때 그 모든 것을 다시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통쾌한 복수라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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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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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왕비가 되기 위한 공부에 매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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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모습으로 걷고, 말하고, 품위 있는 자세로 숨을 쉬고, 호감 가는 목소리로 대화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춤추고 노래하기 위해 노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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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인형처럼 조종해서 귀족과 왕실이 원하는 최상의 모습만을 보이도록 노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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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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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는 노력 덕분에 나는 노르예트와 마리안 위어드윈드를 물리치고 두 왕관의 왕세자비로 간택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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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가문의 영광이 돌아왔다며 기쁨의 환호를 내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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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가문의 품격을 나타낼 수 있는 최고의 왕관을 만들겠다며, 대륙 제일의 보석으로 소문난 ' 태양의 심장 ' 을 마리아노플 경매장에서 사상 최고가에 낙찰받기까지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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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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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여유 재산의 삼분지 일을 들여서 왕관에 넣을 보석을 사들이고도 아버지의 입에서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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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원래 이렇게 미소를 잘 짓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늘 기쁨에 젖어 있는 모습이었다. 기쁨에 젖은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죽은 마르셀 오빠를 떠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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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오빠가 노르예트 가문의 장남과의 결투에서 승리했다면 그때도 아버지는 이렇게 기뻐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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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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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노르예트 가문이 자랑하는 최고급 유람선인 미리아닉 호를 대여해서 축하 파티를 벌일 계획을 세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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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세자비로 간택되기 이전이었다면, 노르예트의 유람선을 빌리는 것을 치욕으로 여겼겠지만, 지금은 그런것쯤은 사소한 것으로 여기며 최대한 화려하게 파티를 열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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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심 미소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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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화려한 파티가 아버지를 절망의 나락에 바지게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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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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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아 대륙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다는 미리아닉 호에서 수많은 귀족의 참여 속에서 화려한 파티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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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파티의 주인공이다. 내 머리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사들인 태양의 심장으로 장식된 화려한 왕관이 씌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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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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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알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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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왕관에 붙어 있는 태양의 심장은 모조품이다. 도난을 염려한 아버지가 진짜 태양의 심장은 금고에 넣고, 가짜를 왕관에 장식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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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사람들은 가짜를 향해 탐욕을 내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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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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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파티가 절정에 다다를 무렵, 나는 술 취한 사람들을 피해 선상으로 빠져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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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탁 트인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자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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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렇게 넓은데, 나는 왜 '마리안'이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야만 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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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으로 태어난 내 운명을 저주하며 나는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미리아닉의 선수상 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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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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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아닉의 선수상 끝에서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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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새처럼 나 역시도 두 팔을 벌린 채 하늘을 날 것이다. 찰나의 순간에 불과할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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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아 누이 여신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든 것을 얻었다고 여기며 기뻐하던 아버지는 왕세자비로 간택된 내 죽음 앞에 크나큰 좌절을 맛보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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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과연 아버지가 내 죽음을 슬퍼할까? 아니면, 왕세자비의 죽음을 슬퍼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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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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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을 벌린 채 새처럼 날아가려는 순간, 누군가 등 뒤에서 내 몸을 붙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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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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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 비행을 방해하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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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 얼굴을 보려는 순간, 매우 익숙하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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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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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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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훼방꾼의 목소리는 내게 음악을 가르치던 음유시인 페트리크 선생님의 낮은 음색과 매우 닮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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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나는 누이 여신의 품으로 떠나갔던 페트리크 선생님이 돌아와 나를 붙잡아준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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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으며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페트리크 선생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잘생긴 미남자가 서있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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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 뭐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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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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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잭'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리아닉의 선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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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가죽으로 만든 선원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을 빛나는 보석처럼 화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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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심장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보석처럼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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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석양이 세상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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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가슴의 떨림을 느끼며 나는 잭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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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도 내게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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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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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빨아들일 것만 같이 짜릿하게 느껴지는 입맞춤이 찾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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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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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아닉의 항해는 열흘 동안 계속될 예정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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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시간 동안 내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잭과 만나 사랑을 속삭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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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리크에 대한 사랑이 나 혼자만의 짝사랑이었다면, 잭과의 사랑은 서로 함께 나누는 진정한 의미의 첫사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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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며 함께 호흡을 나누고 몸을 부대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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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의 시간이 영원히 함께하길 빌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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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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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시간이 점점 가까워져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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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잭에게 나를 마리안이 아닌 '로즈'라고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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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나를 마리안이 아닌 로즈라고 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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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에게 있어서만큼은 두 왕관의 왕세자비 마리안이 아닌, 로즈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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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그를 위해 복수를 포기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차마 잭에게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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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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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보관 중인 진짜 태양의 심장과 가짜 태양의 심장을 바꿔치기했다. 진짜 태양의 심장을 잭에게 이별 선물로 줄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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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과 함께 계속해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버지와 두 왕관의 눈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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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기서 잭을 놓아주고, 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가 잭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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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잭을 위해 복수를 위한 죽음이 아닌 행복한 삶을 고민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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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랑 잭,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 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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