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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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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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들어온 쪽뿐 아니라 홀의 맞은편에도 있었다. 그런데 그곳 너머에는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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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는 빛이 쏟아져 나왔고,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속에 황홀한 감정이 가득 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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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아름다운 정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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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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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투명한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더는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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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의 의자 위에 앉아 있던 곤충처럼 생긴 작은 소녀가 날개를 펴며 내게 날아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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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내 어깨에 앉는 순간 온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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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몸이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움직여 홀에 놓인 의자에 앉아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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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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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소녀가 내게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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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제 이곳을 지키는 자가 되었다. 신의 정원의 신성한 문지기가 되었다. 수만 년일지 수억 년일지 모르는 세월 끝에 찾아온 네가 이제 앞으로의 긴 세월을 짊어져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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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년? 수억 년? 긴 세월을 짊어지라고? 무슨 소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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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소녀는 생긴 것과 어울리지 않는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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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렸기 때문에 이 순간부터 정원의 힘은 세상으로 나가게 되었다. 이제 닫을 수 없다. 세상은 변할 것이며, 그 방향이 어느 쪽이 될지는 나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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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소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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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는 세상과 정원 사이에 존재하면서 정원의 힘이 이 세상에 조화롭게 흘러나가도록 하는 자이며, 떠날 수도 없겠지만, 만에 하나 네가 대신해 줄 자를 구하지 못한 채 이 자리를 떠난다면 이 세계는 힘의 흐름이 폭주하여 멸망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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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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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할 말만 해버린 채 사라진 날개 달린 소녀 때문에 나는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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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여왕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을 열었는데 정원의 문지기가 돼버리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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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 언니는 당황한 내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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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안에 가면 나나가 문지기에서 해방될 방법이 분명 있을 거야. 만약, 방법을 찾지 못하면 언니가 나나 대신 문지기가 될게.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줘. 알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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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 언니가 정원에 들어가려면 내가 붙잡고 있는 손을 놓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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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사 언니를 믿는다. 잠시 손을 놓더라도 금방 나를 위해 다시 돌아올 거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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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과 함께 정원에 들어가는 로사 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언니가 빨리 돌아오길 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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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로사 언니와 이렇게 떨어진 건 처음이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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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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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 계속 흐른다. 하염없이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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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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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이 흐른 걸까? 수천 년이 흐른 걸까? 아니면, 수만 년이 흐른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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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 언니는 돌아오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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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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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는 로사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 항상 돌아왔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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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는 돌아오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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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나는 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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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의 일기도 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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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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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를 벗어나도 다시 나를 속박하는 이 빌어먹을 운명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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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여왕으로 만들기 위해 도구처럼 이용한 레이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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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배신한 키프로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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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세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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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증오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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