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일기 - 타양과 흑야

나나의 일기 - 야성

(추가바람)

생산 정보

소모 노동력 : 25
필요 숙련 : 없음
제작대 : 인쇄기

원고 획득 정보

  • 증오 능력 각성 퀘스트 <증오를 일깨운 야성> 완료

내용

#1

염소수염 사내와 함께 있던 남자는 요리사였다.
그는 능숙한 동작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저장고에 있던 돼지를 꺼내와 훈제를 만들고, 생선을 구우면서, 거위를 볶는 등 빠른 속도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었다.
요리는 맛도 좋았다. 그동안 로사 언니랑 같이 있어서 배불리 무언가를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참에 배를 채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양념만 남은 빈 접시가 차곡차곡 쌓여 갔으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먹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많이 먹어야 한다는 본능이 내 몸을 지배했다.
나는 요리사에게 명령했다.
"더 빨리 요리해!"

#2

거위 바베큐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로사 언니가 나타났다.
곧이어 고양이처럼 생긴 남자와 진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기분 나쁜 남자가 부엌으로 뛰어 들어왔다.
나는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열심히 내 앞에 놓인 거위 요리를 먹었다.
맛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전히 배가 부르지 않다. 로사 언니가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내게 눈높이를 맞춘 후 말했다.
"충분해. 그만해. 이제 됐어."
나는 아직도 충분히 더 먹을 수 있지만, 로사 언니의 말을 따랐다.

#3

로사 언니와 함께 부엌을 나가자 커다란 아주 커다란 고양이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친근한 느낌이 들어 큰 고양이의 꼬리를 붙잡고 흔들었다.
진이라는 이름을 지닌 기분 나쁜 남자가 내게 물었다.
"뭘 하는 거야?"
그를 올려다보면서 꼬리 끝을 동그랗게 말아 쓰다듬으며 말했다.
"복슬복슬." 진이 큰 고양이의 꼬리를 나처럼 쓰다듬었으면, 고양이가 화를 냈을 거란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진은 부러운 눈초리로 고양이의 꼬리를 붙잡고 있는 날 내려다봤다.
큰 고양이가 진에게 자신의 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고양이가 더 마음에 들었다.

#4

우리를 쫓아온 병사들과 진이 싸우고 있는 사이에 나는 큰 고양이의 등에 올라탔다.
이 고양이가 아무나 등에 태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전투를 마친 진이 고양이의 등에 올라탄 내 모습을 보고선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너, 어떻게..." 고양이처럼 생긴 남자가 큰 고양이 위에 올라탔다.
내 등 뒤로 덩치 큰 남자의 체온이 느껴졌다.
고양이처럼 생긴 남자와 큰 고양이는 형제처럼 끈끈한 사이인 것 같았다.
큰 고양이가 마음에 든 탓인지, 고양이처럼 생긴 남자도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큰 고양이의 이름은 흑야이고, 고양이처럼 생긴 남자의 이름은 타양이었다.

#5

로사 언니와 나는 진과 타양이 함께 머무는 그림자 매의 아지트에서 지내게 됐다.
로사 언니는 그림자 매의 아지트에서 식사와 빨래를 하고, 델피나드 도서관에 다니며 바쁘게 지냈다.
나는 흑야의 복슬복슬한 갈기와 꼬리 털을 쓰다듬거나, 타양과 함께 델피나드 곳곳을 산책하며 지냈다.
타양은 전나무 성에서 함께 지냈던 제임의 상냥함과 로지아의 근엄함을 함께 지닌 자였다. 그는 나를 대할 때 겉과 속이 전혀 다르지 않았으며, 흑야와 함께 순찰을 다녀올 때마다 맛있는 요리를 가져오곤 했다.
함께 산책하러 다닐 때도 시장에서 파는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다고 말만 하면 모두 사줬다.
내가 좀 많은 양을 먹어도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내게 아빠란 존재가 있다면 아마 타양처럼 굴지 않았을까?

#6

흑야는 내가 평소에 감추고 있는 기운을 모두 내뿜어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난 흑야가 맘에 든다.
로사 언니와 함께 여행을 오면서 만났던 맹수라 불리는 수많은 동물이 모두 내 기운 앞에서 두려움에 움츠러들었는데, 흑야는 늘 당당하다.
눈의 새 앞에서는 나 자신을 숨겨야 했지만, 흑야에겐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도 돼서 좋다. 타양이 잠들었을 때, 가끔 흑야와 단둘이서 델피나드 성벽 밖을 달리곤 한다.
복슬복슬한 흑야의 갈기 털을 꼭 붙잡은 채 시원한 맞바람을 맞으며 들판을 달리는 기분은 몹시 상쾌했다.
로사 언니는 항상 내가 지닌 힘을 감추라고만 하기 때문에 답답했는데, 흑야와 들판을 달릴 때면 답답함이 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오늘 밤도 나는 흑야와 함께 들판을 달린다.

#7

어느날, 타양이 구멍이 숭숭난 기다란 칼 모양의 돌을 가져왔다.
그는 그 돌을 '작은 바람돌'이라고 불렀다.
작은 바람돌은 바람이 불 때마다 신기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영롱한 목소리를 지닌 새가 큰 호흡으로 낮게 지저귀는 듯한 소리였다. 타양이 작은 바람돌을 든 손목을 살짝 움직이자 바람이 지저귀는 소리가 변했다.
그는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맞춰서 손목을 조금씩 움직여 줬다.
작은 바람돌에서 새 소리가 들려온다.
커다란 날개를 펴고 높은 하늘 위를 날아가는 새의 노래가.

#8

타양은 작은 바람돌의 선율에 맞춰 낮은 목소리로 노래했다.
'아무도 없이'
'오직 푸른 초원을 달리며'
'활시위는 피를 적시지만'
'붉게 물든 땅에는 새싹이 돋는다.'
'바람이여 노래하라'
'우리가 이곳을 달리고 있음을'
'바람이여 노래하라'
'앞으로 우리를 춤추게 할 초원을'
'초원의 시작과 끝은 모두 바람에 떠돈다.'
'바람이여 노래하라'
'초원의 노래를 우리의 노래를'

#9

타양은 내게 작은 바람돌을 선물했다.
나는 흑야와 함께 델피나드 성 밖을 나올 때마다 작은 바람돌을 꺼내 노래를 연주했다.
타양이 연주했던 것처럼 부드럽고 선명한 소리는 아니지만, 제법 그럴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두운 그늘 속에 숨어서 울부짖는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 음울한 선율이었다.
음울한 선율이 바람에 맞춰 흘러나올 때마다, 귓가에 메아리치는 소리가 노래를 불렀다.
함께 있는 흑야조차 듣지 못하는, 세상에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들려온다.
나는 그 노래를 로사 언니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

#10

여왕이 깨어났도다!
아직 여왕은 여왕이 아니다!
하지만 곧 여왕은 완전한 여왕이 될 것이다!
애벌레가 고치에 들어가 나비가 되듯이!
여왕은 곧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날 것이다!
여왕이여, 우리가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마시오!
여왕이여, 우리의 증오는 세상을 꽃피게 할 것이오!
여왕이여, 당신의 증오는 우리를 깨어나게 할 것이오!
여왕이여, 증오가 당신을 깨어나게 할 것이오!

#11

귓가에 메아리치는 소리가 말하는 여왕은 누구일까?
아무래도 그들이 말하는 여왕은 바로 나인 것 같다.
나는 느낀다.
로사 언니가 잡아주고 있는 따스한 손을 놓으면 내 앞에 여왕의 길이 펼쳐지게 될 것을.
나는 알 수 있다.
로사 언니는 내가 여왕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것을.
나는 모른다. 내가 여왕이 되면 어떻게 변하게 될지를.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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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자 : 보이 @곤 | 55레벨 | 마법사 | 워본 (2016-10-24)
우수편집자 : 보이365254 @이니스 | 계승자 1레벨 | 마법사 | 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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