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안 메인 퀘스트

누이안

게임 스토리 영상

주의: 2013년 OBT 당시 영상으로 지금과 조금 다르다.

  • Part 1

https://www.youtube.com/watch?v=t9j8kyHOngw

  • Part 2

https://www.youtube.com/watch?v=gXhg8aL5Qog

  • Part 3

https://www.youtube.com/watch?v=9QL9jojLEkc

https://www.youtube.com/watch?v=__DSKQ5GkNs

시작하면서

누이안은, 최후의 한 명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
몰락 앞에서도 꿋꿋한 그대들을, 누이 여신은 사랑했어.
그래서 원대륙의 전쟁 속에서 그대들이 죽어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지.

그대들이 여신을 따라 새 땅으로 오는 동안, 원대륙에서는 신들도, 영웅들도 죽어갔어.
그대들은 살아남은 걸 부끄러워했지.
그 기분 잘 알아. 난 2천 년 동안 그런 기분이라고.

살아남긴 했지만 그대들은 태초로 돌아간 듯한 풍경과 마주쳤어.
머리속에는 찬란한 문명의 기억이 있는데, 눈 앞에는 숲과 바위뿐인 거야.
새 땅은 태초의 정령들이 지배했어. 정령들은 그대들이 오자 사납게 화를 냈지.
난 그대들 곁을 지켰어. 여신과 약속했으니까.
날 못 봤다고? 주변을 맴돌던 까마귀나 늑대를 떠올려 봐.

마법사 솔즈리언이 미궁을 발견해 정복하고서야 정령들은 숲으로 물러갔지.
이 땅의 주인이 바뀐 걸 알았던 거야.
어디든 열쇠 구멍을 찾아낸 자가 주인이 되는 법이거든.

솔즈리언은 미궁 위에 성을 세웠어. 초승달 왕좌의 시작이었지.
그는 현명했기에, 미궁을 통과하는 자에게만 왕위를 물려주도록 했어.

세월이 흐르자 태초의 마법이 흐려졌어.
왕자 일리온은 미궁을 버리고 군대를 일으켜 이즈나마리아노플을 정복했지.
그의 왕국은 '두 왕관'이라는 이름을 얻었어.

두 왕관은 곧 대륙을 휘어잡았지.
마리아노플의 세 가문에서만 배출되는 왕비들은 두 왕관을 묶는 힘이 되었고,
황금과 평화가 그대들을 조금쯤 바꿔 놓았을까?

아니더군. 적어도 초승달 왕좌에서는.
페레단 왕이 암살당하자 왕국의 운이 다했다고들 했는데.
기울어가는 왕국을 여전히 지키는 그대들은 옛 영웅들처럼 고집이 세단 말이야.

하지만 그대들은 아직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어.
그대들이 2천 년 동안 누린 번영 뒤에는 비밀이 숨어 있었지.
왕국 곳곳에 웅크린 어둠은 어디서 왔을까?
여신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이제는 대답해주지 않는군.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사실인지, 회색 돌에 새겨진 여신을 보는 그대들은 잘 모를꺼야.
하지만 누이 여신이 남긴 약속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대들을 수호하고 있지.

여신의 자식들이여, 누이안들이여, 잊지마.
2천 년 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제 1장. 운명의 부름

낯선 소녀의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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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승달 왕좌에서 태어났다.
2천 년 전에 위대한 마법사 솔즈리언이 세웠고, 누이 여신의 가호를 받아온 성스러운 왕국 말이다.
물론,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건 아니다.

멧돼지가 풀 뜯는 한가로운 내 고향에 위대하거나 성스러운 것 따위가 어디 있겠어?

다만 내 팔에 가끔씩 나타나는 금빛 표지를 볼 때면 엉뚱한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혹시 내가 위대한 왕국의 숨겨진 후계자가 아닐까?
이런 생각도 고아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마을 사람들이 들으면 뒤통수를 쥐어박을까 봐 입 밖에 낸 적은 없지만.

그런데 오늘, 금빛 표지를 가진 사람을 찾는 소녀가 나타났다.
소녀의 이름은 마리안이라고 했다.
금빛 표지가 정말 뭐라도 되는걸까?

금빛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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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 앞에서 만난 마리안은 예뻤지만 평범한 소녀 같지는 않았다.
나를 보자마자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주문을 외우는 것이었다.
갑자기 팔이 뜨거워지더니 금빛 표지가 나타나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랐다.
금빛 표지가 내 몸에 있긴 했어도 지금까지는 제멋대로 나타났다가 사라졌을 뿐,
언제 어떻게 해야 나타나는지는 전혀 몰랐다.
내가 긴정해서 들여다 보는 동안 표지는 다시 사라져버렸다.
마리안은 그제야 방긋 웃더니 한 손을 까딱거리며 인사를 보냈다.
도시에서 유행하는 최신 인사법인가? 아니, 그게 아니고 조심해야겠다.
아무래도 이 여자애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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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은 나더러 왜 이런 시골에 숨어 있느냐고 핀잔을 주더니 루키우스를 만났느냐고 물었다.
내 팔의 금빛 표지는 '이프니쉬'라는 고대 문자이고,
이 표지를 가진 사람 앞에는 반드시 루키우스가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는 루키우스한테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난 기가 막혀서 그만 가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리안은 계속 루키우스가 뭐라고 했느냐며 나를 다그쳤다.
예의 머릿속이 멀쩡한지 점점 의심이 든다.

루키우스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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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은 벼락을 맞은 흔적이 있는 선돌을 가리켰다.
저게 루키우스가 다녀간 증거라는 것이었다.
루키우스님께서는 벼락을 몰고 다닌다나?
그 벼락이 어제 떨어졌는지, 백 년 전에 떨어졌는지 내가 알 게 뭐야?
벼락을 맞을까봐 무서워서라도 난 그만 집에 가기로 했다.
마리안이 따라오며 루키우스가 금빛 표지의 비밀을 알려줄 거라고 해서
다시 흥미가 동했지만 후환이 두려워서 일단 계속 걸었다.

그런데 걷다보니 핏자국이 눈에 띄었다.
시체까지 나타나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였다. 희미하게 탄내가 풍겼다.
시체들 중 몇 명은 붉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시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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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장갑을 가지고 파수 마을로 달려갔다.
시체를 보았다고 하자, 마을 경비병은 마법사 마엘와스를 만나보라고 했다.
마엘와스는 우리를 보자마자 제멋대로 나를 끌어들였다며 마리안을 꾸짓었다.
그는 나를 아는 기색이었다. 난 처음 보는데?
이어 마엘와스는 붉은 장갑을 '피 묻은 손'이라는 암살자 조직의 표지이고,
장갑에서는 강한 마력이 느껴진다고 했다.
즉, 내 고향 시골 들판에서 위대한 마법사와 사악한 암살자들이 한 판 싸움을 벌였다는 뜻이다.
이런 엄청난 구경거리를 놓쳤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은 걸 보니 난 역시 장수할 체질이다.
그런데 마엘와스가 초승달 왕좌의 고바논 장군에게 장갑을 가져가 보고하라고 했다.
뭐? 나 같은 사람이 가도 만나주는 거야?

제2장. 보이지 않는 이끌림

엄중한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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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논 장군은 소탈한 사람이었다.
내가 한 보고도 신중하게 들어줬다.
그는 옛날 페레단 국왕 폐하의 오른팔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마리안과도 아는 사이인 모양이었다.
고바논 장군은 마차를 준비시키겠다고 하더니 순식간에 시종을 불러 마리안을 모셔가게 했다.
나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이어 고바논 장군은 수비대장을 불러 백월만에 나타났던 피 묻은 손에 대해 물었다.
추적대의 보고가 끊어졌다고 하자,
장군은 그놈들이 솔즈리드까지 왔다고 탄식하며 새로 순찰대를 짜게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도 데려가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잠깐, 나 지금 군대에 입대하게 된 거야?

피 묻은 손이 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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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대장은 갓 입대한 신병인 내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백월만은 피 묻은 손이 점령하다시피 했는데 각자 알아서 침투하라는 것이었다.

별수 없이 혼자 돌아다니다가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피 묻은 손이 죽은 사람들의 옷을 벗기며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한 놈을 붙잡아 다그치자 '누이 여신의 반지'를 찾고 있다고 실토했다.

그게 뭐냐고, 왜 여기서 찾느냐고, 그래서 찾았느냐고,
못 찾았으면 어쩔 거냐고 질문을 퍼붓다 보니 놈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품 속을 뒤졌더니 명단 같은 것이 나왔다.
우윳빛 강 마을의 스콧이 다음 목표라고 적힌 걸 보니 신경이 쓰였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피 묻은 손이 노린다고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남겨진 실마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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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대장은 내 공을 인정해서 제대를...
시켜 준 건 아니고 난 입대한 적도 없다고 했다.
아무나 왕국 군인이 되는 게 아니라나?
시켜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웃기는 일이다.

자유의 몸이 된 김에 스콧이라는 사람을 찾아가보았다.
그는 퇴역병 출신의 사냥꾼이었다.
사람들의 말로는 한때 페레단 국왕 폐하를 따라 불탄 성 정벌에도 참전한 용사였다지만
지금은 그저 괴짜 늙은이라고 했다.
마침 스콧은 잊혀진 성 쪽으로 사냥을 떠나고 없었다.
가끔 찾아오던 맬컴이란 젊은이와 함께였다고 했다.

혹시 맬컴이 피 묻은 손의 끄나풀이라면,
지금쯤 스콧은 쥐도 새로 모르게 죽어버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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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예감은 적중했다.
잊혀진 성 근처에서 스콧의 시체를 발견했다.
맬컴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 스콧의 죽음을 알리려다가
혹시 마을에도 피 묻은 손의 첩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맬컴과 스콧의 관계를 알아내기로 하고
나는 스콧의 집으로 숨어들어 갔다.
스콧은 내일 이사라도 갈 것처럼 모든 짐을 가방에 넣어두는 사람이었다.
가방 속에는 반지 상자와 편지를 찾아냈다.
편지에는 혹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일벌백계의 폐허로 가서
'꽃의 처녀 플로라'에게 이 반지를 전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반지 상자는 텅 비어 있었다.

범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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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허에서 플로라를 찾고 있는데 벽화가 말을 걸어 와서 깜짝 놀랐다.
그녀가 플로라였다. 플로라는 스콧이 죽었다는 말을 듣더니 조용히 흐느꼈다.
플로라는 수백 년 전에 죽었는데, 원혼이 되어 떠돌던 그녀를 스콧이 벽화에 깃들게 해주었다.
그 후 스콧은 플로라 곁에 머물기 위해 중요한 임무마저 포기했다고 했다.
스콧이 늙어가자 플로라는 혼자 남을 것이 두려워졌다.
스콧은 옛 동료들에게 '누이 여신의 반지'를 빌려와 플로라를 안식에 들게 해주려 했다.
그러나 스콧은 죽고 반지는 사라져버렸다.
맬컴에 대해 묻자, 스콧을 영웅시하며 찾아온 젊은이였다고 했다.
영웅의 이상적인 면만 보려 한다며 스콧이 걱정했다는 것이었다.
플로라도 맬컴을 의심하고 있었다.

제3장. 진실의 조각들

안절부절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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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컴은 가리여울 마을에서 멀쩡히 살고 있었다.
스콧 얘기를 꺼내자 맬컴은 그런 가짜 영웅을 찾아간 건 시간 낭비였다고 떠들었다.
나는 화가 나서 그래서 스콧을 죽였느냐고 말해버렸다.
그러자 맬컴이 칼을 뽑았다.
그는 벽화 따위와 사랑에 빠져 신성한 의무를 져버린 스콧은 죽어 마땅하다며 나까지 공격했다.
이제 대화고 뭐고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맬컴을 쓰러뜨렸지만,
살인 사건을 해결하러 와서 살인을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죽은 맬컴의 팔에서 금빛 표지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다행이 마을 사람의 증언이 있어 살인자 신세는 면했다.
하지만 맬컴이 죽어버려서 스콧에 대한 것도,
금빛 표지에 대한 것도 물어볼 사람이 없어지고 말았다.

죽은 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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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우선 스콧은 평범한 퇴역병인 줄 알았는데 유령을 벽화에 깃들게 해주고,
정체 모를 동료들에게 '누이 여신의 반지'라는 것도 빌려 왔다.

스콧의 정체는 뭘까?
더구나 맬컴이 스콧을 영웅으로 숭배했을 때 스콧도 아니라고 하진 않았잖아?
맬컴의 정체도 의문이었다.
그는 금빛 표지를 갖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이 마을에서 살았다고 하니 피 묻은 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그도 고아였다고 했다.
나도 어려서 누군가가 바라기 마을에 맡기고 갔다고 들었다.
금빛 표지와 고아는 무슨 관계일까?

맬컴을 키워준 엠마 아주머니가 론반 성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사죄도 할 겸 찾아가기로 했다.

맬컴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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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아주머니를 만나 맬컴에 대해 사과했다.
아주머니는 전갈을 미리 받아서였는지 뿌린 대로 거뒀다고 덤덤하게 말할 뿐이었다.
아주머니는 맬컴의 금빛 표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키우면서도 자세히 본 적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맬컴이 마리아노플에 다녀온 후에 이상해졌다는 말을 했다.
'저승 방어군'이라느니 '누이 여신이 내린 신성한 임무'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맬컴을 어떻게 키우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마법사 마엘와스가 맡겼다고 했다.

파수 마을의 마엘와스?

갑자기 마엘와스가 나를 아는 듯했던 것이 떠올랐다.

마엘와스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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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엘와스에게 나는 바라기 마을에 맡겼느냐고 물었다.
그는 당당하게 자기가 그랬다고 하더니 갑자기 큰일이 났다고 나를 다그쳤다.
피 묻은 손이 맬컴의 시체를 파헤쳐 가져갔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놈들이 왜 그런 짓을 하지?

마엘와스는 누이 여신의 반지 때문이라고 했다.
그제야 스콧에게서 사라진 반지가 맬컴에게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맬컴을 죽였을 때는 당황해서 몸을 뒤져볼 정신도 없었다.

그럼 그때 같이 묻어버렸던 건가?

누이 여신의 반지는 '저승 방어군'의 보물로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졌다고 했다.

'저승 방어군'은 맬컴도 했던 말이잖아?

하지만 그게 뭔지 묻고 있을 틈이 없었다. 일단 반지를 되찾고 생각하자.

제4장.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뜻밖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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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손을 추적하다가 마리안을 모셔갔던 호위병들과 마주쳤다.
마리안이 '루키우스 님을 도와드리러 가요'라고 쓴 쪽지만 달랑 남기고 사라졌다고 하기에,
벼락이 떨어진 곳을 찾아보라고 알려줬다.

피 묻은 손의 야영지를 발견했을 때 마리안아 불쑥 나타났다.
자기도 누이 여신의 반지를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반지가 없어진 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루키우스 님의 계시를 받았다는 둥 장난을 치더니
결국 스승님이 말해 주었다고 했다.

스승님은 또 누구야?

마리안은 반지가 본래 루키우스의 것이라고 했다.
이름부터가 '누이 여신의 반지'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마리안은 정상인 것 같다가도
루키우스 얘기만 나오면 논리가 없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반지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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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리안은 함께 여러 야영지에 침입했다.
같이 다녀보니 마리안도 생각보다 멀쩡한 소녀였다.
게다가 검술도 꽤 뛰어나서 제 몫을 당당하게 해냈다.

나는 마리안이 멀쩡해진 틈을 타
왜 그렇게 루키우스에게 집착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마리안은 <[[찬란한 세기]]>라는 책을 읽어보면
그분을 도우려는 자신을 이해하게 될 거라고 했다.

글쎄다.
난 그렇게 감상적인 성격은 아니라서.

마리안과의 모험이 즐겁긴 해도 우리는 반지를 찾아야만 했다.
헛수고를 되풀이하던 중 우리가 찾던 자들이
모래 먼지 마을 근처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반지의 또 다른 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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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를 찾아냈지만, 적들은 이미 떠난 뒤였다.
마리안과 나는 크게 실망했다.
이윽고 마리안이 이만하면 할 만큼 해봤으니
이제 저승 방어군에게 반지가 없어졌다고 알리자고 했다.
마리안도 저승 방어군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물어볼걸.

저승 방어군은, 사악한 고대의 강령술사 안탈론의 군대가 저승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온 대륙이 옛날에 멸망했을 거라는 말은 잘 믿어지지 않았지만,
하얀 숲저승의 문이 있다고 하니 확인해보면 될 일이었다.

당장 가보자고 했더니
마리안이 머뭇거리며
자신은 마리아노플로 돌아갈 때가 됐다고 했다.
내가 어이없어 하자
마리안은 울 듯한 얼굴이 됐지만
결국 떠나버렸다.

제5장. 저승 방어군

문을 지키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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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의 문은 정말로 있었다.
가까이 가자 군인들이 나타나 앞을 막았다.
그들은 젊었지만 묘하게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의 분위기를 풍겼다.
누이 여신의 반지가 피 묻은 손에 들어갔다고 말하자
군인들은 긴장했다.

엑토르 대장이라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갓 스물 정도의 젊은이여서 깜짝 놀랐다.
엑토르 대장은 누이 여신의 반지에는 온갖 권능이 있지만
무엇보다 강령술로 되살아난 자들을 제압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물려받아 사용해 왔는데
동료인 스콧에게 잠시 빌려주었던 것이다.

내가 스콧이 죽었다고 하자
그들은 '스콧은 최고의 동료였다'며 묵념을 했다.
나는 내심 늙은 스콧이 어떻게 이들과 동료였는지 궁금했다.

아탈란시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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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문은 곧 풀렸다.
저승 방어군은 저승에 머물기 때문에 나이를 먹지 않았다.
스콧은 퇴역하여 세상으로 나왔기 때문에 늙었던 것이다.

2천년 전, 원대륙을 멸망시킨 전쟁이 벌어졌다.
누이안은 누이 여신의 도움으로 대 이주를 감행했고,
전쟁은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전쟁터가 저승으로 옮겨갔을 뿐이었다.

저승 방어군은 추격해오는 안탈론의 군대를 막기 위해 남은 평범한 지원병들로 시작됐다.
그때 이렇게 오래 싸우게 될 줄 알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싸움이 계속되고 있어 그들은 저승을 떠날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의논 끝에 퇴역병 아탈란시아를 찾아가라고 했다.

엑토르 대장은 헤어지기 전에 내 팔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금빛 표지가 나타났다.
대장은 빙그레 웃으며 '소중히 쓰게'라고 말하고 저승으로 돌아갔다.

제6장. 운명의 진실

반지가 흘러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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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란시아는 나를 보자마자
너도 영웅 놀음을 하고 싶어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주문을 외우자 내 팔에서 금빛 표지가 나타났다.
아탈란시아는 코웃음을 치더니 당장 꺼지라고 호통쳤다.
그 표지를 가진 자들은 상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저승 방어군을 위해 누이 여신의 반지를 찾고 있다고 하자,
아탈란시아는 잠시 후
너희 같은 철부지들이 감히 스콧을 죽였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탈란시아는 맬컴이 한 짓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안의 스승이기도 했다.
평정을 되찾은 그녀는 내게 맬컴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탈란시아는
자신의 검을 꺼내주며 피 묻은 손의 거점인 낡은 집을 알려주었다.

기적에 거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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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으로 접근하는데 안에서 소녀의 외침이 들렸다.
'루키우스 님' 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늦었다. 마리안은 쓰러져 있었다.
일으켜 보려 했지만, 숨이 끊어진 뒤였다.

고개를 들자 피 묻은 칼을 쥔 맬컴이 서 있었다.
암살자들이 내 뒤를 포위했다.
네놈이 어떻게 되살아났느냐고 묻자
맬컴은 그런 한심한 질문은 난생처음이라고 낄낄댔다.

이어서 맬컴은 저승 방어군은 한심하고,
스콧은 벽화 때문에 탈영한 멍청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더니 저승 방어군이 2천년 동안 못한 일을
자기가 해결할 테니 보라고 했다.
그는 누이 여신의 반지를 피 묻은 손에게 건네주려 했다.

나는 맬컴에게 덤벼들었다.
나를 피하려다가 맬컴의 손에서 반지가 떨어져 굴렀다.
사방에서 피 묻은 손이 공격해 왔지만
난 맬컴 한 명만을 노렸다.
그는 마리안과 스콧을 죽이고 저승 방어군을 모욕했다.
그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것이다.

네가 한 번 죽여서 안 죽는다면, 두 번 죽여주겠다!

마침내 맬컴을 쓰려뜨렸을 때,
등 뒤에서 벼락 치는 소리가 들렸다.

여긴 집 안인데?

뒤를 돌아본 나는 눈을 의심했다.
피 묻은 손들이 모조리 쓰러져 있었고,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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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다가와 죽은 마리안을 내려다 보았다.
그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
벼락을 몰고 나타나는 사람.
그가 루키우스 였다.

루키우스는 떨어진 반지를 주워 새끼손가락에 끼웠다.
그런데 그는 약손가락에도 똑같은 반지를 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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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기에
나는 고개를 흔들며 마리안을 가리켰다.
그를 도우려 했던 사람은 마리안이었다.
나는 당신이 전능한 존재라면 마리안을 되살려달라고 간청했다.

루키우스는 미안하지만 그런 힘은 없다고 했다.
자신은 신이 아니고, 신이라면 진절머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물론 겉모습도 별로 신 같지는 않았지만...

내가 실망하자 루키우스가 피식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웃다니?
루키우스는 서두르지 말라면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따로 있다고 했다.
그게 누구냐고 물으려 하는데 루키우스의 손이
나를 가리켰다.

잠깐... 나라고?

재회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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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우스는
금빛 표지에 죽은 사람을 단 한 번 살려내는 힘이 있다고 했다.
그건 본래 누이 여신이 저승 방어군에게 내린 선물이었다.

그런 걸 왜 내가 갖고 있었을까? 그리고 맬컴은?

루키우스는 옛이야기를 해 주었다.
한때 저승 방어군이 전쟁이 끝난 줄 알고 세상에 나왔던 때가 있었다.
그들은 결혼을 하고 정착해서 2천 년 만에 평범하게 살아보려 했다.
그러나 몇 년 뒤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이 밝혀졌고,
그들은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까지 전쟁터로 데려갈 순 없었다.

저승 방어군은 떠나면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표지를 주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어린 자식들을
이 표지가 지켜주길 바라면서.

문득 엑토르 대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고아가 아니었다.
그들의 자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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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삼 다시 금빛 표지를 보았다.

루키우스는 이프니쉬 문자에는 고유한 뜻이 있다면서
이것은 키델라, 즉 '사랑'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고대에는 손으로 키델라를 그려 보이면 사랑한다는 뜻이었다.

금빛 표지는 저승 방어군이 자식들에게 남긴 사랑이었다.
2천 년 동안 하루하루 목숨을 걸면서도 쓰지 않았던 표지를,
자신들이 지켜낸 땅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주어버렸다.

맬컴은 그런 표지를 자신만을 위해 써버렸다.
그리고 덧없이 도로 죽고 말았다.
안타까웠다.
맬컴의 죽음이 아니라, 그렇게 낭비되고만 사랑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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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리안을 내려다 보았다.
가슴에 손을 얹자 금빛 표지가 빛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리안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금빛 표지가 사라졌다.
이제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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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많은 것을 안다.
저승 방어군이 2천 년 동안 묵묵히 싸우고 있다는 것을,
그들의 기나긴 임무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들의 적이 강대하다는 것도 안다.

비록 그들 대신 싸울 수는 없지만 나는 빚을 졌다.
우리 부모들이 겪었던 원대륙의 전쟁은 혹독했을 것이다.
그런 전쟁이 다시 이 세상을 뒤덮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대신 싸워온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이 세상은 더 이상 전과 같은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

듣기로는 저승의 문이 원대륙에도 있다고 했다.
대 이주를 위해 열었던 문이니 당연한 일이다.
안탈론의 군대는 그 문을 이용해서 이미 원대륙을 노리고 있었다.
내가 싸울 전선을 마련해줘서 고맙다.

이제부터 나는 원대륙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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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마리안 이야기를 해야지.
알고보니 마리안은 마리아노플의 세 가문 중 하나인 노르예트 가문의 아가씨였다.
그녀가 갑자기 돌아갔던 건 세자비 간택 때문이었다.
곧 세자비가 된다는 마리안이 왕궁에서 얼마나 좌충우돌할지 벌써부터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마리안이 두 번째 생명을 가치있게 쓰기를.
엉뚱하지만 용기 있는 왕세자비께서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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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자 : Fancy @누이 | 55레벨 | 유령 용사 | 엘프 (2018-11-12)
우수편집자 : Fancy @누이 | 55레벨 | 유령 용사 | 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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