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도둑님 네베신과의 약속

눈 오는 날의 도둑님, 네베신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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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겨울, 달콤살벌한 덜덜덜 눈싸움 축제 때 추가된 이야기 책. 겨울 신 네베에 관한 이야기이며, 총 2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겨울 축제 기념주화로 교환해 얻을 수 있다.

구성

내용

1. (상)

#1

“호오...호오...오늘도 다...”
눈이 오는 네베 지방의 겨울은 원대륙에서도 가장 혹독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마리카라는 이름의 한 소녀가 입김을 호호 불어대며 겨울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소녀는 두터운 장갑에 방한복에 사슴 가죽을 덧댄 부츠까지 신고 완전 무장을 한 참이었다.
겨울 아침엔 늘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마리카는 빗자루와 삽을 번갈아 쓰며 집 앞의 눈을 치우고 있었다.

#2

오늘은 네베 신의 예배가 있는 날이라 1년 중 어른들이 가장 바쁜 날이었기에 네베 지방의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님 대신 집안 일을 도와야 했다.
"아이 참...한스 오빠는 안 나오고 뭐 하는거람."

참다못한 마리카는 빗자루를 쥔 채 씩식대며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한스는 옷을 입은 채 벽난로 옆에서 고개도 들지 않고 책을 읽고 있었다.
마리카는 눈을 가늘게 뜨고선 한스의 책을 홱 빼앗았다.

#3

"자..잠깐만 마리카. 이 책 한 페이지만 읽고 갈게.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네베 신을 위한 북 메어 지방의 예배 의식>? 이건 몇 번이나 읽었던 거잖아! 그리고 이건 어른들이 할 일이야. 애들은 이런 걸 알 필요가 없다구." 한스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마리카에게 말했다.
"그 책엔 아이들이 해야 하는 일도 나와 있는 걸. 혹시 모르잖아. 네베 신이 오면..."
"곳간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땐 눈싸움으로 결투를 벌여야 한다. 네베 신일지도 모르니까. 이건 우리 마을 사람이라면 한 살짜리도 다 아는 사실이야.

#4

그리고 내가 산 10년 동안 한 번도 곳간에서 네베 신을 만난 적이 없거든?"
"그치만...지면 어떡해? 진짜 네베 신이 잡아갈 수도 있잖아..? 그 책에 보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아야 이거 놔 마리카..!"
마리카와 한스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이미 부모님은 집 안으로 들어와 거실을 치우고 있던 참이었다.

마리카는 부모님의 심각한 얼굴을 눈치채고선 조용히 한스의 입을 막았다.
마리카와 한스의 부모님이 마을 회관에 다녀온 뒤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하지만 거실에 아이들이 있는지 눈치채지 못한 듯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5

“비스코니아 놈들. 하필 염소만 싹쓸이해가다니.”
“걱정말아요 여보. 비스코니아 군이 이 산골짜기 마을까진 오지 못할 거예요. 아무리 혹독한 네베 신이라 한들, 정성을 다해 예배를 보았으니 조금은 너그럽게 봐주시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런 적이 없었어요. 항상 예배에 사용되는 제물이 빠진 적이 없었는데. 조금 불안하군요." 한스는 아버지의 말을 귀기울여 듣다가 마리카에게 자랑스러운 듯 책에 있는 한 페이지를 가리켰다.
한스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마리카는 예배에 필요한 것들을 알고 있었다. 겨울만 되면 매번 해왔던 예배였기 때문이었다.
네베 신을 위한 예배에는 반드시 5가지 공물이 필요했다.

#6

메어 지방 사람들에게 있어서 겨울은 토끼처럼 쉬지 않고, 거위처럼 사납고, 염소처럼 거만하며, 뱀처럼 교활하고, 망아지처럼 제멋대로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하얀 생물 5가지를 준비했다..
5가지 생물의 피는 예배에 사용되어야 하는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요즘 따라 비스코니아의 정찰병들이 마을 주변에 나타나선 가축들을 도살해서 먹어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비스코니아 병사들은 재미 삼아 하는 듯 했지만 이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선 탐탁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부모님은 마리카와 한스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걸 발견하고선 부리나케 대화의 주제를 바꿔버렸다.

#7

그것은 아이들에게 괜한 걱정과 두려움을 주고 싶지 않은 부모들의 배려이자 교육법이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조차 어느 순간에도 나약해져선 안 된다.
자신이 약자가 된다는 건, 생존 경쟁에서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강자는 살 수 있지만 약자는 죽을 수 밖에 없다. 마리카 역시 알고 있었다.
이 단순한 논리만이 이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
마리카는 밤마다 고요하게 눈이 쌓여 등불의 빛에 반짝 대는 하얀 언덕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 자연의 고요함 속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가는 생물들이 시체로 너부러져 있다는 것 또한 모를 리 없었다.

#8

똑똑하고 눈치 빠른 마리카 역시 부모님의 걱정을 듣지 못했다는 듯 한스와 싸우는 척하며 밖으로 나갔다.
이럴 때일수록 군말 없이, 완벽하게 부모님이 생각지 못한 곳까지 청소하고 관리하고 싶은 마리카였다.
오빠인 한스는 매번 책만 보는 책벌레니까. 마리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마리카는 겨울 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곳간을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스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겁부터 잔뜩 먹었는지 청소하는 내내 주변을 돌아보곤 했다.
마리카는 그럴 때마다 한스의 엉덩이를 걷어차고선 정신이 사납다며 혼을 냈다.

#9

"방금 무..무슨 소리 안 들렸어?"
달그락 달그락. 한스는 마리카의 뒤에 바짝 숨어선 소리 나는 쪽을 보고 있었다.
마리카와 한스는 두려움을 삼키며 함께 빗자루를 잡은 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조그마한 덩치를 가진 한 소년이 손으로 고기를 우적우적 집어먹고 있었다. 소년은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소년은 고기를 입에 한 가득 넣은 채 뚱한 표정으로 마리카와 한스를 쳐다보았다.
하얀 은발에 하얀색 피부, 그리고 하얀 속눈썹이 매우 길고 볼이 발그레한 소년.
한스는 저도 모르게 '눈새처럼 하얗다'며 감탄했고, 마리카는 이를 악물고선 소년에게 빗자루를 들이댔다.

#10

"너, 어디에서 왔어? 우리 마을 사람 아니지?"
하얀 소년은 겉모습과 달리 무척 귀찮고도 신경질적인 어조로 마리카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어린 인간들이 예의란 게 없구나." 한스 역시 마리카의 고함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책에서 읽은 정보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곳간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꼭 누…눈싸움을 해야 한댔어!"

#11

하얀 소년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이래서 인간들이란. 그래 까짓 거. 이 몸이 한 번 놀아주도록 하지."
"감히 우리의 소중한 식량을 훔쳐 먹다니. 용서 못해! 너한테 결투를 신청한다! 난 마리카다.
니 이름은 뭐지, 하얀 도둑!" "이 몸에게...도둑이라고? 흥, 심하게 귀엽구나. 하긴, 인간들은 기억력이 나쁘니 이름은 필요하겠지. 니아, 정도로 해둘까."
세 사람은 곳간 창고 앞으로 나가선 창고를 중심으로 양 옆에 자리를 잡고선 눈뭉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마리카와 한스는 두 사람이 눈뭉치를 만드는데도, 니아가 혼자서 눈뭉치를 만드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12

"마리카..정말 괜찮겠어? 책에선.."
"내가 아는 네베 신은 훨씬 크고 힘세고 무섭게 생긴 사람이란 말야. 쟨 그냥 건방진 꼬맹이 도둑놈일 뿐이야."
마리카와 한스, 그리고 니아라는 꼬맹이의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봐 인간 소녀! 집중력이 그거 밖에 안돼? 어딜 노리는 거야?"
니아는 상대적으로 운동신경이 뛰어난 마리카를 자극했다.
마리카는 필사적으로 니아를 향해 눈덩이를 던져댔다.
하지만 니아는 시큰둥한 얼굴로 대충 눈덩이를 던지는데도 마리카를 정확하게 맞혔다.

#13

겁이 많은 한스는 나무 뒤에 숨어선 두 사람의 결투를 지켜보며 오들오들 떨었다.
니아가 눈덩이를 뭉치는 마리카의 뒤를 노리려던 참이었다.
순간 한스는 니아에게 달려들어 넘어뜨리고 말았다.
"안 돼! 내 동생은 내가 지킬 거야!"
마리카는 황당한 얼굴로 한스에게 달려가선 한스의 머리를 꽁하고 때렸다.

"바보 한스! 이러면 반칙이란 말야!
눈싸움은 눈싸움으로 정정당당하게!"
한스의 가벼운 몸에 눌린 채 니아는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하. 역시 어린 인간들이 재밌다니까. 내가 졌다 졌어."
"하아 하아...니아 너. 나보다 키도 작으면서 꽤 하더라?"
"어린 애들이랑 눈싸움은 오랜만이야. 다들 가버리더라고. 죽든가 떠나든가."

#14

니아가 쓸쓸하게 말하자 마리카는 니아의 손을 꼭 잡고선 결의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걱정마 니아! 우린 여기 계속 있을 거야. 여긴 우리 집인걸."
세 사람은 추위도 잊은 듯 눈 위를 뒹굴대면서 내기 아닌 눈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 니아가 갑자기 멈추며 어딘가에 귀를 기울였다.
"이봐 인간들. 뭔가 소리가 들려."

2. (하)

#1

니아는 한스와 마리카의 손을 잡고 곳간으로 뛰어들어갔다.
모두 숨을 죽였다. 하얀 언덕에 눈이 오는 소리만 서걱거리면서 들려올 뿐이었다.
마리카는 나무로 된 창고 벽의 틈 사이로 밖을 지켜보았다.
비스코니아 군의 제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마리카의 부모님을 끌고 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들의 등 뒤에서 칼로 위협한 채 눈 속을 걸어오고 있었다.
마리카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애원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요.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닙니까.."
"메어 놈들은 구두쇠라더니 그 말이 딱이구만.
끄억...술이 모자란다. 고기도 먹고 싶어! 죽기 싫으면 어서 먹을 게 잔뜩 있는 곳으로 안내해!"

#2

마리카 남매의 부모님이 곳간에 들어와선 병사들에게 음식을 챙겨주었다.
"자..원하는 걸 드렸으니 이제 좀 가주세요. 네?"
"이봐 바보 메어 놈. 그거 알아? 사실 비스코니아 군들이 더 많이 올 거야. 이제 메어는 끝이란 말이지."
그 말을 들은 마리카의 아버지가 새파래진 얼굴로 비스코니아 병사에게 달려들었다.
푹.

마리카의 아버지는 그대로 쓰러졌다. 땅 위로 피가 흘렀다.
한스는 이미 울고 있었지만 니아와 마리카가 필사적으로 한스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이어 마리카 어머니의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이내 목소리는 사그라들었다.

#3

곳간의 바닥을 흐르는 핏물의 양이 늘어날 뿐이었다.
비스코니아 병사는 비틀대며 창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선 중얼댔다.
"응? 뭐야, 손잡이로 치려고 했는데 창날 쪽으로 쳐버렸네. 딱히 둘 다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쳇."
"이봐, 꾸물대지 말고 빨리 털어버리자고. 곧 있으면 3만 명 정도의 병사들이 닥칠 텐데 그럼 우리가 가져갈 몫이 없을 거란 말이지."

#4

병사들이 곳간을 뒤지려는 순간, 마리카가 빗자루를 잡은 채 그들 앞에 섰다.
마리카의 눈엔 독기가 가득했지만 뺨 위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뭐야 저 꼬맹이는?"
"대충 처리해."
창을 든 병사는 어린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걸 잊은 채 달려들었다.

병사의 창이 마리카의 배를 꿰뚫으려는 순간, 니아의 손이 창을 잡으며 병사들에게 비꼬듯이 말했다.
“어린 인간들은 이 놈이고 저 놈이고 예의란 게 없구나. 먹을 게 필요하느냐? 자, 나에게 무릎 꿇고 ‘주세요’하고 공손히 말해 보아라.”
한스와 마리카가 말릴 틈도 없이 니아는 자신의 두 배쯤은 될법한 덩치 큰 병사 하나를 한 번에 제압했다.

#5

니아는 자랑스런 얼굴로 마리카와 한스에게 말했다.
"봤느냐? 이 네베..아니 니아님의 실력을?"
그 때, 니아의 발 앞에 무언가가 피융-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아악..!"
한스는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다행히 화살은 한스의 다리를 스쳐 지나갔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한스는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다. 활을 쏜 병사는 이내 품에 있던 뿔피리를 불었다.
니아는 저 멀리 병사들의 발소리를 들었다. 열 명...백 명....아니, 그 이상.
니아가 병사 뒤 쪽으로 힐끗 보았을 때, 산골짜기 아래로 시커먼 무리가 보였다.
아까의 그 뿔피리 소리를 듣고선 이 마을을 약탈하러, 병사들을 도우러 오고 있을 터였다.

#6

병사는 씨익 웃으며 니아에게 비꼬듯 얘기했다.
"아무리 힘센 꼬마라도 이 정도 쪽수라면 아무 것도 아니겠지."
니아 역시 씨익 웃었다. 니아 혼자라면 저 정도 숫자 따위의 병사들은 금방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리카와 한스는...니아는 이미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린 터였다.
"이봐 인간들. 여기서 작별이다. 마리카, 너라면 약골 오빠 정도는 부축할 수 있겠지. 가라."
한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니아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마리카는 니아의 말을 이해하고 이를 악문 채 한스의 팔을 끌어당겼다.

#7

돌아서려던 마리카가 니아에게 소리쳤다.
“니아! 꼭 다시 돌아올게! 오면..또 눈싸움 같이 하자!”
니아는 마리카의 제안을 듣고선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늦으면 안 돼. 빨리 안 오면 가버릴거야."
마리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곤 눈물을 훔치면서 한스를 부축한 채 눈 위를 뛰었다. 니아는 마리카의 모습에 안심하고선 병사에게 달려들며 중얼댔다.
“흥, 인간들은 이래서 싫다니까.”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니아는 겨울마다 텅 빈 창고 주변을 서성였다.

#8

한 번의 겨울, 세 번의 겨울...그리고 오십 일곱 번의 겨울이 되는 해였다.
니아는 여전히 창고 안에 누워서 겨울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매해 니아가 와서 나무 조각을 바꿔서 수리하고 있었기에 창고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니아는 창고 밖으로 나와선, 마른 짚에 불을 붙인 후 창고에 던져버렸다.
이제 니아는 이 곳에 오지 않을 참이었다.
"인간들은 빨리 죽으니까. 그 남매도 죽어버렸겠지."
니아가 중얼거리면서 불타는 창고를 뒤로 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니아의 등에 무언가가 툭 하고 부딪쳤다.

#9

니아가 등에 손을 뻗어보니 눈이었다. 눈뭉치?
니아는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 앞엔 두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이젠 니아의 머리카락처럼, 산 속에 쌓인 눈처럼 새하얗게 변해버린 백발을 가진 두 남녀였다. 백발의 여자가 니아를 향해 말했다.
"너한테 결투를 신청한다! 난 마리카. 니 이름은 뭐지?"
니아는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니아, 정도로 해두지."

#10

백발을 한 남자가 니아에게 뛰어와선 포옹하며 중얼거렸다.
"니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했어..."
니아는 그런 노인을 감싸 안으며 중얼댔다.

“흥, 인간들은 이래서 싫다니까. 늦었잖아.”
세 사람의 하얀 머리카락만큼 새하얀 눈이, 그들의 어깨 위로 소복하게 쌓이고 있었다.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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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자 : 블랑 @다미안 | 계승자 7레벨 | 검은 기사 | 페레 (2018-01-04)
우수편집자 : 블랑54 @이니스 | 계승자 36레벨 | 정령술사 | 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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