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 파트리아의 하제의 예언 연구 - 심연의 습격
제목 : 파트리아의 하제의 예언 연구 - 심연의 습격
분류 : 책
작자 : 파트리아

#1

"소용돌이의 중심에 깊이 잠든 심연의 침묵이 날카로운 촉수에 깨어나려 한다. 억눌렸던 심연이 깨어나면 뱀의 혓바닥이 세상을 삼키리라." - 하제의 예언

#2

심연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그다지 친숙한 표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서를 비롯한 다양한 책에서 종종 심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가려진 시대의 지배자였던 이프나가 심연의 깊은 곳에 나차쉬를 봉인했다는 표현이 역사에 정론처럼 등장하기 때문이다. 즉, 역사학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심연'이란 표현은 나차쉬가 봉인된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하제가 남긴 예언의 문구는, 날카로운 촉수가 봉인을 깨면서 뱀으로 주로 표현는 나차쉬가 이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될 것이라는 끔찍한 사실을 예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예언 문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봉인을 깨는 '날카로운 촉수'의 의미이다. 날카로운 촉수는 해석의 범주가 너무나도 큰데, 크라켄과 같은 거대한 바다 괴물의 진짜 촉수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뾰족하고 날카로운 무기 또는 단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3

이 날카로운 촉수의 의미를 더욱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대상의 범주를 하나씩 줄여나가는 방법밖엔 없다. 날카로운 촉수를 지닌 크라켄과 그와 비슷한 마수에 대해 하나하나 조사해 보고, 날카로운 촉수라 불릴 수 있는 전설적인 무기를 조사하고, 날카로운 촉수로 상징되는 명칭이나 표식을 사용하는 단체를 찾아 면밀하게 조사해 보는 방법밖엔 없다. 고요한 비취에 모인 수많은 정보를 취합해본 결과, 필자는 하제의 예언이 말한 날카로운 촉수가 나차쉬를 숭배하는 고대 신앙자의 무리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모은 자료에 따르면 고대 신앙자의 무리가 누이아 대륙 지옥 늪지대 쪽에 숨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고요한 비취가 정보를 이용해서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은 하리하라 대륙에만 집중해 있는 탓에 그들이 나차쉬의 봉인을 파괴하는 걸 막을 길이 없는 상태다.

#4

"신성한 힘이 깃든 석상을 복원하면 악의에 가득찬 심연의 기운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 - 하제의 예언

#5

하제는 봉인의 힘이 사라지면서 나차쉬가 세상에 나올 것만을 예언한 것이 아니라, 그 봉인의 힘이 풀리지 않게 하는 방법 역시 남겼다. 신성한 힘이 깃든 석상을 복원하면 나차쉬의 봉인이 풀리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신성한 힘이 깃든 석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석상에 신성한 힘이 깃들기 위해선 그 석상의 형상이 신성한 신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야 한다. 대륙 곳곳에 있는 누이 여신의 석상과 바닷가에서 가끔 찾아볼 수 있는 이지 여신의 석상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누이 여신을 숭배하는 자들은 대륙 곳곳에 있는 누이 여신의 석상에 절을 하기도 하며, 이런 숭배하는 마음이 석상을 신성하게 만든다.

#6

이지 여신의 석상 역시도 뱃사람들의 숭배로 신성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나차쉬를 봉인하고 있는 신성한 힘이 깃든 석상은 어떤 신의 석상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차쉬와 대적한 신적인 존재에 대한 기록은 세상에 없다. 나차쉬에 대한 기록은 그저 그들이 매우 잔혹하고 간교하며, 엘프의 조상과도 같은 존재인 이프나에 의해 심연에 봉인되었다는 사실 정도뿐이다. 다양한 기록을 살피던 도중, 엘프에게 '조상신'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엘프의 조상신에 집중하자 모든 의문이 풀렸다. 하제가 남긴 예언에서 언급한 신성한 힘이 깃든 석상은 엘프가 조상으로 모시는 이프나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석상에 신성한 힘이 깃드는 것은 그 석상을 숭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7

즉, 파괴신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흐려진 엘프들의 나차쉬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서 나차쉬를 숭배하는 무리의 대적자인 '이프나의 후예'가 강성해지도록 만든다면, 나차쉬가 봉인을 뚫고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