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르의 여행일지

이요르의 여행일지

제목 : 이요르의 여행일지
분류 : 여행일지
작자 : 이요르

여행일지 시리즈

누이의 눈물 장소 or 난파선을 인양했을 시 랜덤하게 획득 할 수 있다.
일지 내용을 확인 할 수 있다.



#1

나와 로나 그리고 마일즈 이렇게 우리 셋은 바라기 마을
에서 함께 자란 죽마고우였다.
어렸을 떄는 우리 셋의 관계가 영원히 소중한 친구 사이
로 지속할 줄 알았다.
그러나 점점 나이를 먹어 가면서 우리 셋의 관계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2

로나에 대한 마음이 소꿉친구에서 사랑하는 여자로 변모했다.
로나에게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마일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마일즈와 나는 둘도 없는 친구였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로나에 대한 감정을 밖으로 표출시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강압적으로 억누른 감정이 폭발할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3

마일즈와 나는 서로 감정을 숨겼다.
나에 대한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우리의 우정이 금이 가게 될 거란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나에 대한 사랑과 마일즈에 대한 우정의 무게를 저울질하며 방황하고 있을 때, 마일즈가 먼저 우리 사이의 금기를 깨버렸다.
로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것이다.

#4

마일즈의 고백을 받은 로나는 잠시 망설이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자신에게 고백한 마일즈를 바라보았다.
결국, 그녀는 마일즈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얼마 후, 로나와 마일즈는 바라기 마을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때 로나가 망설이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던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5

로나와 마일즈의 결혼식 후, 나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두 친구와 함께했던 추억이 묻어 있는 바라기 마을에서의 삶이 하루하루 고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랑과 우정을 동시에 잃은 상실감을 여행으로 극복해 봐야겠단 마음을 먹었다.

#6

푸른 안개 숲을 지나다 불곰의 습격을 받았다.
등허리에 매고 있던 배낭의 짐을 불곰에게 던진 후, 발에 불이 나도록 달아났다.
간신히 불곰을 피해 도망갔더니 불한당 벨포의 일당이 나타나 내 앞을 가로막았다. 놈들은 내 속옷만 남긴 채 모든 걸 털어갔다.
덕분에 난 여행 시작과 동시에 빈털터리가 됐다.

#7

빈털터리가 된 상태로 한동안 양 방목장에서 일해서 돈을 벌었다.
양털 깎는 일은 처음 해보는 것이었지만, 양들이 순한 덕분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열심히 일 할 수 있었다.

#8

하늘에 닿을 것처럼 높이 솟아오른 솔즈리언의 문이 가져다주는 위용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위대한 왕인 솔즈리언을 기념하여 초승달 왕조의 많은 주민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들었다는 이 거댛산 선돌의 위용을 바라보며 누이안이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9

솔즈리언의 문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파수마을의 주민이 거대한 선돌을 기어오르고 있는 내게 고함을 지르며 당장 내려오라고 외쳤다.
하지만 나는 거대한 선돌의 꼭대기까지 오르기 위해 암벽등반을 시도했다.
몇 번이고 팔다리가 미끄러져 위기를 겪었지만, 마침내 나는 거대한 선돌의 정상에 서게 됐다.

#10

솔즈리언의 문의 정상에 서서 나는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서쪽으로 초승달 왕좌의 화려한 도시 정경이 보였으며,
동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듯한 넓은 들판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라기 마을이 세상 전부인 것처럼 여기며 살아온 내게
끝없이 펼쳐진 새로운 세계가 찾아온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다짐했다. 모든 곳을 가보리라고.

#11

우윳빛 강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물의 색은 정말 우윳빛이었다.
이 강물의 색이 왜 우윳빛인지 알아보기 위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폭포가 나타나 내 앞을 가로막았다.
길을 돌아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 결국 우윳빛 강의 수원지에 도착했지만, 그곳에서도 강물의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다.
이 우윳빛 강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12

릴리엇 구릉지의 바람그늘 마을에서 그동안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엘프를 만났다.
숲의 요정이라는 엘프가 바라기 마을 최고 미녀인 로나보다 더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헛소문이라 여겼는데, 막상 바람그늘 마을에서 엘프 바르웬을 만나는 순간, 로나의 미모가 보름달 앞의 반딧불이처럼 퇴색되는 느낌이었다.

#13

바르웬과 함께 있고 싶디른 생각이 들었다.
로나의 곁을 떠나 정처 없이 여행을 시작한 탓에, 내게는 마땅한 여행 동기 없이 그냥 무작정 고향을 떠난 상황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제자리에 정착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14

바르웬에게 고백했다.
나는 당연히 거절 당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누이안이 사랑을 고백해오니 그녀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했을까?
마구간지기 헤이만에 따르면 그녀가 내게 칼을 휘두르지 않은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지경이라고 했다.

#15

트록스크산은 드넓은 릴리엇 구릉지의 북쪽을 병풍처럼 감싸고있다.
만년설로 뒤덮인 이 높고도 넓은 거대한 산은 릴리엇 구릉지에 여행 온 사람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장엄한 풍경을 선사한다.
나중에 내가 누이아 대륙 여행기를 출판하면 트록스크산을 보지 못한 자는 여행을 논하지 말라고 써야겠다.

#16

론반 공작 성의 정원사 가드너에게 묘한 말을 들었다.
트록스크산의 폭포 근처 어딘가에 동굴이 있는데, 과거 론반 공작의 일가가 은밀하게 그곳에 재산 일부를 숨겼다고한다.

#17

다후타 교단의 포교사라는 자들이 릴리엇 구릉지에 자리
한 마을 곳곳에 나타나 포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을 목
격했다.
다후타 여신은 바다의 신인데, 바다와 닿아 있는 곳이 없
는 이곳에 왜 다후타 교단의 포교사들이 포교 활동을 벌
이고 있는 걸까?

#18

노송그루 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쓰러진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오랜 시간동안 굶주렸는지 몸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였다.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아이에게 미음을 먹인 후, 묽게 끓인 수프를 먹이자 아이가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아이는 자신을 코빈이라고 소개했다.

#19

코빈이 살던 노송그루 마을은 무쇠엄니 오크 부족의 습격으로 주민 대부분이 죽고,
코빈의 부모 역시 오크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코빈은 론반 공작의 성이 있는 바위 언덕 마을을 찾아가려다
굶주림에 시달려 쓰러지게 된 것이었다.

#20

폐광으로 알려진, 서 론반 광산을 찾아갔다.
여비가 떨어져 혹시라도 돈이 될만한 광물이 있을까 싶어 찾아간 곳이었다. 광산 안에는 다후타 교단의 신관들이 모여 있었다.
어두침침한 폐광 속에서 뭔가 음모를 꾸미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들은 왜 이곳에 숨어 있는 것일까?

#21

트록스크 산의 꼭대기에 올라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하늘에 닿을 것처럼 높은 저 산의 정상에 올라가 본 이가 있을까?
지금까지 누군가가 트록스크 산의 정상에 올라갔다는 기록은 없다.
누구도 오른적이 없을것으로 추정되는 트록스크산의 정상을 내가 정복할 것이다.

#22

트록스크 산의 꼭대기에 오르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경사가 가파른 토록크스 산은 단단한 빙벽으로 이루어진 탓에 망치와 말뚝 같은 장비 없이는 봉우리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나는 두꺼운 털옷과 쇠바늘이 붙은 신발과 장갑을 준비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정상에 오를 수 없었다.

#23

트록스크 산 등반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트록스크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장비가 필요할 것 같았다.
나는 장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 론반 광산에서 한 달 동안 일을 했다,
운 좋게도 광산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했다. 나는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그것을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24

나는 트록스크 산 등반 실패를 거름 삼아 성공을 이끌어 내리라 마음 먹었다.
바위언덕 마을의 대장장이 쥬벨에게 찾아가 바늘처럼 구멍이 뚫힌 굵은 쇠못 200개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잡화 상인 세리반에게는 최대한 길게 만든 질긴 밧줄을 주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25

트록스크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한 두 번째 등반을 시작했다.
경사가 가파른 빙벽에 쥬벨에게 주문한 등반용 쇠못을 박아 넣은 후, 한 걸음 한 걸음 위를 향해 올라갔다.
트록스크 산의 정상에 가까워져 올수록 무겁게 느껴지는 공기 때문에 숨 쉬는 것이 괴롭게 느껴졌다.

#26

트콕크스 산의 정상까지 약 200미터 가량 남겨둔 곳에서 준비했던 쇠못과 밧줄이 떨어졌다.
정상이 코 앞인데, 여기서부터는 내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마음으로 다시 내려가서 밧줄과 쇠못을 구한 후 다시 오를것인가?
아니면 지금 목숨을 걸고 오를 것인가?
나는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27

단단한 얼음 조각과 함께 몰아치는 눈보라를 맞으며 트록스크 산의 정상 아래에서 나는 지난날의 내 삶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언제나 우유부단했다.
사랑했던 로나를 마일즈에게 빼앗긴 것도, 결국 내가 망설이며 로나에게 먼저 고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28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빙벽에 거미처럼 매달린 채 고민에 빠졌던 나는 문득 지금 스스로의 모습이 매우 우습게 느껴졌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삶을 되돌아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여유롭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곧 죽게 될 지도 모를 상황이었음에도 마음이 가벼웠다.

#29

항상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실
패를 거듭해 왔다.
이제 더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겁쟁이로 살고 싶지 않았
다.
그래서 나는 목숨을 걸고 아무런 장비 없이 트록스크 산
의 정상을 향해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30

이대로 돌아가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마음에서 내려놓자 눈보라 속에서 무겁게만 느껴졌던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망치를 휘둘러서 빙벽에 구멍을 만들어 그것을 발판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위를 향해 나아갔다.

#31

빙벽에 매달린 채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던 것에 비해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트록스크 산의 정상에 올라섰다.
산 아래에서 봤을 땐 정상에서 손을 뻗으면 당장 하늘이 손에 닿을 것만 같이 보였는데, 높은 트록스크 산의 정상에서도 하늘의 여전히 까마듯히 높은 곳에 자리한 하늘일 뿐이었다.

#32

트록스크 산의 정상에서는 누이아 대륙 전역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바라기 마을에서 소문으로만 들었던 누이아 대륙 전역의 모습은 생각보다 작게 느껴졌다.
낮은 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끝없이 넓게만 느껴지지만, 높은 곳에 서면 그렇지가 않았다.
그런데 높은 곳에서 이렇게 세상을 내려다만 보는 게 과연 좋은 것일까?

#33

트록스크 산의 정상에 서서 누이아 대륙을 내려다보면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마음을 정리했다.
이제 더는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단,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못한 채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리라 마음 먹었다.
뭐든지 다 노력하면 되는 법이다 !

#34

트록스크 산에서 내려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람그늘 마
을에 찾아가는 것이었다.
한 번 고백했다 거절당했던 엘프 바르웬에게 다시 마음
을 고백하기 위해서였다.
트록스크 산의 정상에서 나는 이 높은 산도 정복했으니,
엘프 바르웬 역시 정복이 가능한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35

바르웬에게 고백했다가 또 거절당했다. 벌써 다섯 번째다.
트록스크 산의 정상에 오른 후,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법인가 보다.
요즘 바람 그늘마을 주민이 내가 바르웬에게 몇 번이나 거절당할지 내기를 하고 있다.
굴욕감 때문에 이젠 이곳을 그냥 떠나야겠다.

#36

릴리엇 구릉지에서 가랑돌 평원으로 넘어가다가 검은 수염 도적단에게 붙잡혔다.
동 론반 광산에서 캤던 다이아몬드 원석을 빼앗기고, 수중에 있던 전재산 금화 두 개도 몽땅 빼았겼다.
도적단 놈들은 내게 목숨을 빼앗지 않은 걸 감사히 여기라며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 쫓아냈다.
젠장! 두고 보자 이 도적놈들!

#37

빈털터리가 된 상태로 로이스터 야영지에 다다랐다.
나는 경비대장 그론에게 검은 수염 도적단 놈들에게 돈
이 털린 사실을 알리고, 많은 여행객이 검은 수염 도적단
들 떄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비대장 그론은 알았다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는 알았다고 하지만, 도적단 놈들을 물리치려는 의
지가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망할 놈!

#38

로이스터 야영지 밖으로 나와서 보니 숲을 정찰하는 경비병들이 모두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경비대의 기강이 엉망인 것 같았다.
경비대장 그론이 이런 오합지졸을 이끌고 검은 수염 도적단을 물리치려 했다면, 아마 역으로 전멸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39

채석장에서 석 달 동안 중노동으로 간신히 여비를 마련했다.
여행을 계속하다 보면, 검은 수염 도적단과 같은 놈들을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섯 개의 작은 주머니를 만든 후, 가진 돈의 절반을 그 주머니에 분산시켜 숨긴 후, 발가락 사이나 낭심 부근 등에 몰래 숨겨두었다.

#40

가랑돌 평원의 평원지대는 황량한 사막 이었다.
거친 바람이 건조한 모래를 품에 안은 채 날아들어 두 눈을 똑바로 뜨기 어렵게 만들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살과 뜨겁게 달아오른 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지랭이 때문에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괴롭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41

갑작스럽게 불어온 모래 폭풍 때문에 방향 감각을 잃은 채 헤매게 됐다.
커다란 거석 근처에서 잠시 모래 폭풍을 피하려고 쭈그리고 앉았는데,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모래 진흙 골램이 나타났다.
최대한 몸을 웅크렸지만, 놈은 나를 본 것 같았다.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젠장! 망했다...

#42

'쿵쿵'거리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거대한 모래 진흙 골램이 나를 향해 곧장 달려왔다.
트록스크 산의 빙벽을 오를 때 썼던 쇠망치를 모래 진흙 골램을 향해 있는 힘껏 던진 후 달아났다.
망치를 던진 게 별 효과가 없었는지, 모래 진흙 골램이 달아나는 내 뒤를 쫓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외쳤다. 걸음아 날 살려라!

#43

모래 진흙 골램은 끈질겼다. 숨이 목에 걸릴 정도로 힘껏 달렸는데도, 놈을 따돌릴 수 없었다.
따돌리긴커녕, 내 뒤를 쫓는 골램의 숫자가 다섯으로 늘어나 버렸다.
점점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는데, 이대로 달리는 것을 멈춘다면 아마 난 저 거대한 골램들에게 온몸이 곱게 다져지고 말 것이 분명했다.

#44

체력이 한계까지 다다르자 결국 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 쓰러지고 말았다.
내 뒤를 쫓던 모래 진흙 골렘의 숫자는 다섯에서 셋으로 줄어 있었지만, 셋은 커녕 단 하나도 상대할수 없는 처지기 때문에 나는 그 순간 죽음을 예감했다.
이렇게 죽는구나... 로나가 마일즈의 고백을 받아들였어도 한번 고백이나 해볼걸...

#45

죽음을 예감햇지만, 누이 여신께선 아직 내가 곁에 올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셨는지 내게 구원자를 보내주셨다.
번쩍번쩍 빛나는 은빛 감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양손검을 들고 나를 향해 달려들던 모래 진흙 골렘 세마리를 순식간에 물리쳐 버렸다.
골램들이 모두 쓰러지자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나는 기절하고 말았다.

#46

정신을 차렸을 때 세상은 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옆에는 모닥불이 있었고 맞은 편에는 은빛 갑옷을 입은 금발의 여기사가
무심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골렘으로부터 내 목숨을 구해준 기사가 바로 이 여자였던 것 같다.

#47

누이 여신의 곁으로 떠나려던 내 발목을 붙잡아준 여기
사의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똑바로 일으킨 후,
모닥불에 한 걸음 다가갔다.
윤기가 흐르는 금발을 자연스럽게 은빛 갑옷 밖으로 늘
어뜨린 여기사는 미인이었다. 그것도 그냥 미인이 아닌
엄청난 미인이었다.
엘프 바르웬 보다도 더 빼어난 미인이었다.
꿈인가 싶어 두 눈을 비벼보았다.

#48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아름다운 여기사의 이름은 마리안 위어드윈드였다.
이름을 듣는 순간, 그녀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마리아노플의 유력한 세 가문인 노르예트와 트리스테 그리고 위어드윈드 가문에서는 두 왕관의 왕비가 될 딸의 이름을 '마리안'이라고 짓는다고 했다.
내 앞의 이 누이안은 곧 왕비가 될지도 모를 여자였다.

#49

사막의 밤은 싸늘했다.
어두운 밤, 모닥불 앞에 젊은 남여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것에는 어색함이 가득했다.
마리안은 그런 어색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눈치였지만, 적어도 나는 장작 타는 소리만 울려 퍼지는 긴 침묵이 너무나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50

마리안에게 그동안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라기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함께 커왔던 로나와
마일즈와의 우정과 그 우정이 사랑때문에 깨져서 결국
여행을 떠나 트록스크 산의 정상에 올라갔던 이야기까
지, 흥미진진했던 내 여행 과정을 이야기 들려줬다.

#51

마리안은 처음엔 내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무심한 모
습으로 듣고 있었다.
마치 조용한 밤에 나 혼자 허공에 대고 떠드는 듯한 느낌
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
였는지 점점 관심을 보이면서 웃거나 탄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내게 만담가의 자질이 있었던 것 같다.

#52

내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모닥불의 불꽃이 춤추며 내뿜는 빛이 아름다운 마리안의
얼굴을 고혹적으로 꾸며줬다.
마리안은 이제 자신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
는지 잠시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하더니 입을 열기 시
작했다.

#53

마리안은 태어났을 때부터 두 왕관의 왕비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때는 운명에 거부해 보려고도 했지만, 그럴수록 그녀에게 주어진 자유는 점점 축소되어 갔기 때문에 결국 그녀는 운명에 순응하게 됐다고 한다.

#54

마리안이 자신의 운명에 소극적으로나마 저항한 행동은 바로 기사들의 검술을 익히는 것이었다.
왕비가 될 여자라면 조신하게 마법을 익히라는 권유가 많았지만, 마리안은 다른 두 가문의 마리안이 모두 마법을 익힐 테니자신은 검술을 익혀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가문을 설득했다.

#55

마리안은 무려 3년 동안이나 검술을 익히겠다는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위어드윈드 가문에서는 그녀의 뜻대로 마법이 아닌 검술을 익히도록 허락했다.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운명에 맞서서 쟁취해낸 자유의지의 결과가 바로 검술이었다고 한다.

#56

마리안은 모래 먼지 마을에 사는 케이트란 여자를 만나
기 위해 가출을 했다고 한다.
케이트는 위어드윈드 가문에서 자란 하녀인데, 어린 시
절부터 마리안과 함께 커서 자매처럼 친하다고 한다.
마리안은 케이트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서 오 년 전에 그
녀를 고향인 모래 먼지 마을로 보냈었다고 한다.

#57

얼마 전 마리안은 케이트가 윌리엄이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위어드윈드 가문의 비밀 통로를 이용해서 몰래 가출해서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과 함께 자란 케이트가 자신이 누리지 못한 자유를 마음껏 누려주길 원하는 눈치였다.

#58

마리안과 함께 모래 먼지 마을로 향했다.
모래 먼지 마을은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것치곤 규모가 매우 큰 마을이었다.
이 척박한 땅에 이렇게 많은 누이안이 모여 산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었다.
역시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는 것일까

#59

마리안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케이트 역시 미인이었다.
그런데 이 미인의 몸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가 않았다.
왜 그런가 사정을 듣고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마르틴이 낯선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했는데, 검은수염 도적단 아니면, 피 묻은 손의 소행인 것 같다고 했다.

#60

나는 검은수염 도적단에게 당했던 것을 생각하며, 그런 흉악한 짓은 검은수염 도적단의 소행이 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안은 울먹이는 케이트를 진정시키면서 자신이 케이트의 아들 마르틴을 꼭 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61

대장간에서 쓸만해 보이는 검 한 자루를 산 후, 마리안에게 나도 그녀와 함께 마르틴을 구하는데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마리안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내 자유를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마리안은 결국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62

마리안과 나는 검은수염 도적단의 본거지가 은둔자의 절벽 아래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을 찾아갔다.
견고한 목책으로 둘러싸인 야영지가 보였다.
우리는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어두운 밤에 몰래 검은 수염 도적단의 본거지에 잠입해 들어갔다.

#63

검은 수염 도적단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흉터난 제이콥이
랑 자를 몰래 납치했다.
흉터난 제이콥의 막사 주변에는 여러 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지만, 마리안의 놀랍도록 빠른 검술에 의해 제대로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한 채 모두 쓰러졌다.
내가 한 것이라곤 마리안의 등 뒤를 조심스럽게 쫓아가
면서 감탄을 연발한게 전부였다.

#64

흉터난 제이콥은 악명이 자자한 작자였으나, 생각보다
겁이 많았다.
마리안의 날카로운 검날이 목에 다가가자 그는 우리에게
뭐든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빌
기 시작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하도 절박하게 빌어서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마리안은 검을 내리지 않은 채 유괴 사건에 대해 심문했
다.

#65

흉터난 제이콥이 말한 바로는, 검은수염 도적단은 귀족의 수탈에 못 이긴 농민이나 부랑자들이 모인 집단이라 있던 아이도 모두 버리고 온 탓에 짐만 된느 아이를 유괴 하지않는다고 한다.
아이를 유괴하는 건 아마도 피 묻은 손일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어린아이를 유괴해 훈련 시키면서 세뇌해 피 묻은 손을 만들어 보안을 유지한다고 한다.

#66

마리안과 나는 모래 먼지 마을로 돌아가 케이트에게 마르틴을 유괴한 것은 악명이 자자한 피 묻은 손의 소행인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다.
마리안은 케이트에게 위어드윈드 가문의 힘을 사용해서라도 마르틴을 구해 오겠다고 약속했다.

#67

피 묻은 손은 검은 수염 도적단 따위와는 비교할수 없는 집단이었다.
이들은 악마 악마를 숭배하는 자들로, 두왕관에서조차 토벌하지 못하는 매우 강력한 암살자 집단이었다.
이들의 본거지인 불탄 성은 십자별 평원 끝자락에 있는데, 그곳에 몰래 잠입해 들어가는 일부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68

불탄 성에 잠입하기 위해선 일단 십자별 평원으로 가야 한다.
마리안은 초승달 왕좌의 항구에서 배를 타고 가면 불탄 성이 가깝다며 솔즈리드 반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덕분에 나는 엉겁결에 삼 년 만에 다시 솔즈리드 반도로 돌아가게 됐다.

#69

초승달 왕좌로 가던 도중에 백월만에 피 묻은 손 일당이 상륙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리안은 조심스럽게 해안가에 정박해있는 배에 잠입해 들어가서 피 묻은 손의 범선 선장을 납치해왔다.
흉터난 제이콥을 납치할 때도 그렇고, 왕비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는 여자가 사람 납치하는 게 특기인 것 같다.

#70

피 묻은 손의 범선 선장을 심문한 결과, 유괴당한 아이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불탄 성 북쪽에 있는 백색 군도에서 탈출하지 못하도록 감금당한 채 피 묻은 손이 되기 위한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아마 마르틴 역시 백색 군도에서 훈련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였다.

#71

초승달 왕좌에 도착한 마리안은 이니스 여왕을 만나겠다며 왕성을 찾아갔다.
수천 년을 살아온 마녀라고도 불리는 그 무서운 이니스 여왕을 만나려 한다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자칫 이니스 여왕의 심사를 뒤틀리게 해서, 이니스 여왕이 우리를 개구리로 만들면 어쩌나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이니스 여왕은 우리를 만나주지 않았다.

#72

이니스 여왕을 대신해서 엘렌 공주가 우리를 만나줬다.
마리안의 가문인 위어드윈드 가문의 힘이었다.
마리안은 단도직입적으로 엘렌 공주의 동생인 클로니드
공주가 피 묻은 손에게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자신들도 납치당한 아이를 찾으려 하니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73

납치당한 아이들이 대부분 백색 군도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엘렌 공주와 론반 공작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우리는 초승달 왕좌의 범선과 병사를 빌릴 수 있었다.
릴리엇 구릉지에 있는 론반 공작의 영지민들 상태를 보고 나는 론반 공작이 탐욕스럽고 악랄한 귀족인 줄로만 알았는데, 직접 만나보니 그는 초승달 왕좌의 충신이었다.

#74

누이 여신의 가호라도 있었는지 우리가 불탄 성 북쪽의 백색 군도로 향할떄, 떄마친 바다에 짙은 안개가 꼈다.
덕분에 피 묻은 손은 우리가 백색 군도를 습격하는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우리와 함꼐 클로니드 공주를 구하기 위해 병사를 이끌고온 론반 공작은 이것이 모두 이니스 여왕의 마법 덕분일것이라고 중얼거렸다.

#75

피 묻은 손의 악명이 하도 자자해서 잔뜩 긴장했는데 안개 덕분에 습격이 성공하면서 우리는 백색군도에서 아이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피 묻은 손 일당을 손쉽게 제압 할 수 있었다.
옛 기억을 점점 잊게 하는 약물에 취해 훈련을 받고 있던 아이들 속에서 다행히도 마르틴을 찾을 수 있었다.
마르틴은 대부분의 기억을 잊었지만, 자신의 이름만은 잊지 않고 있었다.

#76

백색 군도에서 구출한 아이들 속에는 피 묻은 손이 납치
해간 클로니드 공주가 없었다.
사로잡은 피 묻은 손 일당을 고문해서 심문한견과,클로
니드는 불탄 성의 지하에서 특별한 교육을 받고 있는 상
태라고 했다.
론반 공작은 우리에게 아이들을 이끌고 먼저 초승달 왕
좌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자신은 병사들과 함께 클로니드 공주를 구할 것이라며.

#77

론반 공작 일행은 결국 클로니드 공주를 구하지 못했다. 론반 공작과 몇명의 기사만이 간신히 목슴을 부지한 채 불탄 성을 탈출했다.
대부분 병사는 불탄 성에서 일방적으로 학살당했다고 한다.
우리는 엘렌 공주와 론반 공장에게 작별을 고한 후, 마르틴과 함께 가랑돌 평원의 모래 먼지 마을로 돌아갔다.

#78

마르틴을 케이트의 품으로 돌려보낸 후,마리안과 나는 조용히 함께 걸었다.마리아노플까지 계속 말없이 걸었다.
마리아노플 황금 실타래 벌판에서 그녀는 나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더니 이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그 슬픈 미소가 내 가슴을 난도질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함께 하리하라 대륙의 이니스테르로 떠나 자유롭게 살자고.

#79

마리안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몸을 부둥켜안았다.
그리곤 말했다.
함께 자유를 찾아 떠날 수 없다면, 나를 딱 1년만 기다려 달라고. 내가 마리안 위어드윈드와 함께 할 수 있는 위치에 서서 1년 안에 찾아갈 테니 그때까지만 나를 기다려 달라고.
마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미로의 시험에 도전해 운명에 맞서 싸울 차례이다!

#80

미로의 시험은 초승달 왕좌의 왕을 뽑기 위한 시험이다.
신분 고하에 상관없이 이 미로의 시험을 통과한 누이안은 누구나 초승달 왕좌의 왕이 될 수 있다.
일개 평민에 불과한 내가 왕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마리안이 왕비가 될 운명이라면, 나는 그녀에게 걸맞은 왕이 될 것이다.
운명이여, 비켜라.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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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자 : 후늬훈 @테레나 | 53레벨 | 악사 | 누이안 (2014-06-19)
우수편집자 : 나크023153 @아스트라 | 50레벨 | 파괴의 현 | 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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